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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랍존 커맨더 단편 소설 번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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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랍존 커맨더 단편 소설 번역

ksodien 2018. 1. 5.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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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오역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ㅁ;

영국 소재의 SF 미니어처 워게임 개발사 ‘호크 워게임즈’의 출시작 드랍존 커맨더의 2차 확장 룰북 내용 중 31~32페이지에 실린 단편 소설의 내용을 번역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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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개척지 연합 우주군 제13 특임대 소속의, Sian Carrow 상사는 격한 분노의 감정이 가득 실린 보폭으로 「Silent Blade」 호의 갑판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곧 투입될 다음 임무 관련 브리핑 장소에서 소속 전투함대가 Tlalocan 성계를 향해 즉각 도약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자못 신실한 척 하는 해군 이론 정보국의 볼품 없는 작은 벌레에게 한방을 날리려다 홧김에 바로 뛰쳐나온 상태였던 것이다.


Sian Carrow는 새삼 무력감을 느꼈다.

한때 인류 개척지 연합군의 점유 하에 있던 Tlalocan 성계의 달기지는 최근 PHR의 흉물들에게 넘어갔고, 그 후안무치한 살인광 독사들의 마굴을 향한 응징의 철퇴는 요원할 따름이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인류공화국이 달을 접수하고 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대규모의 증원을 파견했단 말이지...’ 1)

이 상황에서 인류 개척지 연합 우주군 함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자리에 앉아 이런 저런 정찰 목적의 사진들을 찍은 후, 그 중에서 쓸만해보이는 것들을 골라내는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2)


그렇게 씩씩거리며 앞으로 거칠게 나아가던 그녀는 돌연 눈앞에 나타난, 녹아내린 채 우주의 진공 속으로 찟겨져나간 갑판의 균열 틈새 앞에서 이내 걸음을 멈추었고, 다시금 그 무엇 하나 풀리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개탄하기 시작했다.

Asgard의 배신을 둘러싼 참화 속에서 자신의 형제를 잃은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신인류공화국이 치르게 하리라 맹세했던 것이다.

기이하게도, Asgard Prime 행성의 Odinsburg에서 벌어진 신인류공화국 지상군과의 전투 중 실종 처리된 아군의 장병들은 마치 공기 중으로 녹아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 어떤 유해나 유품의 한조각조차 남기지 않아, Sian Carrow 또한 사령부로부터 형제의 전사 소식에 대한 통보와 설명을 들은 것이 고작이었다.

실로 그녀의 형제를 기릴 무덤에는 아무 것도 묻히지 못한 채로, 심지어 그의 사망 원인조차 밝혀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빌어먹을 자식들은 곧 대가를 받게 될거야...’

인류 개척지 연합군의 지구 탈환 원정에 참여한 이래 그녀는 꽤나 많은 수의 스커지 병사들을 죽여왔지만, 실상 Sian Carrow는 단지 몇명일지라도 신인류공화국 인간들의 목을 비틀어 꺾을 그 순간만을 갈구했다.

물론 그 것만으로 그녀의 마음 속 증오의 불길이 꺼지진 않을테지만 최소한 기분은 더 나아질테니까...


할 수 없이, 그녀는 퉁명스러운 태도로 신발굽을 돌려 텅빈 장병 여가 시설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다른 누군가가 곧 이 장소를 방문할 것이고,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우락부락한 여성의 표상 그 자체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의 다음 행선지는, 단연코 선내에서 가장 노후화된 시설 중 하나로 찾는 이가 없어 대부분의 장비가 먼지에 덮힌 3번 체력단련실이었다.

이 시설의 열악한 환경은 대부분의 승조원들로부터 외면받아, 그녀가 이따금 끓어오르는 감정을 식히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곧이어 벤치 프레스 기기에 앉아 반복 운동을 시작하며, Sian Carrow는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류 개척지 연합군의 보안 규정상, 자신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임무의 구성원 모두는 브리핑이 끝나는 즉시 최고 수준의 격리 조치를 받게 되기에 그녀 자신이 뛰쳐 나온 후 그 장소에서 어떠한 정보들이 제공되었는지에 대해 들을 기회는 영영 존재하지 않을터였다.


한편으로, 그녀는 브리핑 현장의 전달 사항에 이의를 제기한 유일한 대원이기도 했다.

만약 그 내용을 인류 개척지 연합의 시민들이 알았다면 Aurum(인류 개척지 연합의 수도와 중앙정부가 위치한 행성)의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신인류공화국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민감하고도 충격적인 사안의 계획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인류 개척지 연합 상층부의 묵인 하에 진행 중이었다.

‘그래, 그들이라면 분명 분연히 일어설지도... 오, 하지만 안돼...’

설령 그녀가 용감히 진실을 밝히려 시도할지라도,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 깊숙히 침투한 블랙옵스 양성 과정의 무의식적 암시가 이를 제지할 것이었다.

그녀가 소속된 특임대의 보안 영역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안전 장치가 내포되어 있었고, 지금 그녀의 의식은 흐릿한 상태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때때로 정보와 감정의 격류 속에서 끓어오르기도 했다. 마치 하나의 숨결처럼...


때문에 Sian Carrow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그녀의 특임대 소속 대원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같은 지구를 옛고향으로 두고 있음에도 UCM의 이상과 기치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자신들을 신인류라 참칭하며 소름끼칠만큼이나 무미건조한 어조로 인류개척지연합의 시민들을 열등한 존재라 비하한 포기주의자들의 후손, 신인류공화국(PHR). 

그리고 Sian Carrow 자신의 주도 하에 과거의 정당한 분노의 감정을 공유하며, 그 표상이 굳건히 뿌리내린  그녀의 블랙옵스 팀원들.


그렇기에, 만약 그녀의 특임대가 신인류공화국의 대적들과 교전에 돌입하게 된다면 그들은 완전하고도 맹목적인 격노 아래 맞서 싸울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문득 자조섞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특임대, 대략 절반 가량의 성비로 구성된 대원들은 원래 인류 개척지 연합 우주군 소속의 평범한 남녀들이었다.

...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무게추를 37번째 들어올리려던 찰나의 순간 그녀는 왠지 목부근이 따끔거리는 느낌에 바로 무게추를 내린 후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공격자의 예상 위치들을 주시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쇳덩어리를 들었다 내리며 땀에 흥건한 상태에서 일견 사소해보이는 일들에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긴 힘들터이지만, 그녀는 다름아닌 인류 개척지 연합 우주군 소속의 병사였다.

모름지기 군단의 소속원에게 일절의 어리숙함이란 용납되지 않는다.


재차 확인했으나, 분명히 이 체력단련실에는 그녀 이외의 아무도 없을뿐더러 설령 누군가가 뾰족한 물건으로 찔렀다 할지라도 그녀가 신속히 반응하며 일어난 1초 미만의 시간내에 문밖까지 나간다는 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목을 어루만지다, 손가락 끝에 묻어난 혈흔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기이한 일이군... 아마도 벌레가 깨문걸거야. 암, 그렇고말고’


몇차례의 벤치 프레스 운동이 이어진 후, Sian Carrow는 어떠한 물체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작은 전구려나... 이거 원 시설이 낡아서...’

그리고 곧이어 다리에 얼얼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는 이 벤치 프레스 운동을 하기 전에 충분한 몸풀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또 어쩌면 앞서 격하게 고조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시작했어야만 했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뭐...쉬면서 물이나 좀 마시면 되겠지’

그녀는 체력단련실 모퉁이에 마련된 급수대로 향하다 왼쪽발이 기이하게 삐걱거리며 몸의 균형을 잃은채 넘어졌고, 투덜거리며 일어나 그녀의 숙소로 향하려했다.

‘젠장, 젠장... 일단 침상으로 돌아가서 한숨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거야. 빌어먹을 의무실 따윈 가지 않겠어’

그녀는 단지 민망함 때문에라도 그 곳에 얼굴을 비치고 싶진 않았다.

이정도라면, 아마도 장병 지급용 책자에 나온 응급처치법을 따라하면 해결될 일이니까.


결국, 그녀는 가까스로 다리의 힘이 완전히 풀리기 전에 3번 체력단련실의 방문을 나설 수 있었으나 바로 텅빈 복도 바닥의 짐더미 위로 넘어져버렸다.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Sian Carrow는 열영상 감지 시점으로의 전환을 위해 눈동자를 위로 끌어올렸고, 곧 무엇인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공포감에 휩싸였다.


실로 예상치 못한 난관으로의 봉착.


영상 감지 시점을 통해 출력되는 온갖 경고 표지들이 그녀의 위험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겁에만 질려있는 것은 인류 개척지 연합 군단병으로서의 수치였기에,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 무엇인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사격했다.

‘뭐, 훈련 과정 중 종종 뇌진탕의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이런 것쯤이야!’

다만 이 순간의 그녀는 자신의 근육에 대한 제어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점에서, 그 상황은 단순한 훈련 중의 뇌진탕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나빴다고 해야 하리라.

그녀는 단 몇 센티미터의 거리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눈에 보이지 않는 두개의 손이 그녀의 뒤쪽 옷깃을 우악스럽게 움켜쥔 후 복도의 한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는 것은 물론 눈동자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이 무력화된 상태였고, 심지어 열영상 감지 시점의 기능 조차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되어 공격자의 모습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질질 끌려가던 Sian Carrow는 돌연 작은 상자들이 쌓인 방안으로 던져졌고, 그 너머의 육중한... 정말로 육중한 문이 닫히기 시작함과 동시에 어느 무감정한 어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때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미안하네, 제군..” 3)

곧이어, 점차 흐릿해져가는 그녀의 시야 위로 연신 점멸하는 붉은색 경광등의 물결이 스치고 지나가며 강렬한 소용돌이 기류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붉은색 조명의 아래에서, 그녀는 최후의 순간 하나의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Voidlock 12, Deck 2』

그 다음의 찰나, 그녀의 앞에 위치한 문이 거세게 열리며 감압에 따른 격류로 Sian Carrow의 몸은 절대영도의 진공 속으로 튕겨져나갔다. 잔혹하리만치 차가운 죽음의 포옹을 향해...

 

†                    †                    †

1) 주요한 하나의 행성에 인구와 설비 등 모든 것이 집중되는 대부분의 요람 행성들과 달리, Tlalocan 성계는 거대한 적색 가스 거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4개의 달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4개의 달들은 모두 하나 같이 풍부한 광물 자원은 물론, 인류의 첫번째 요람 행성이었던 에덴 프라임에 버금갈 정도로 녹음이 우거져 자연의 활기로 충만한 생활 환경을 제공합니다.

달이라고 해서 결코 다 같은 달은 아닌 셈이죠. 이정도라면 인류 개척지 연합은 물론 스커지와 PHR에게도 충분히 가치를 지닌 성계이겠지요.

2) 스커지에게 빼앗긴 지구와 다른 요람 행성들을 되찾기 위한 인류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전투 함대 출정으로부터 약 500일 후, 인류 개척지 연합 우주 함대 소속 제9 특임대의 압둘 케인 대위가 해군 이론 정보국의 총책임자 창 제독에게 보낸 보안 등급 6(고등 평의회와 육해군 본부의 고위직만이 열람 가능)의 10월 12일자 첩보 보고서 및 그에 대한 회신 내용을 통하여 PHR측이 Tlalocan 성계의 달 기지 표면과 궤도상에 막대한 규모의 구조물들을 건설했으며,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인류 연합 원정군의 행성 침공을 위해 요구되는 인력의 30%와 물자의 60%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에덴 프라임에서 스커지와 총력전에 모든 것을 기울이고 있는 인류 개척지 연합에게 있어 또다른 전역에 결코 적지 않은 자산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한 행위이기에, 인류의 상층부는 충분한 사전 정보가 확보되기 전까지 Tlalocan 성계를 점거한 신인류공화국군의 존재를 묵인하는 한편 PHR 시민들과 유사한 모습, 같은 행동 양태를 지니도록 훈련 및 수술을 받은 특임대들을 해당 달기지의 시설들로 침투시켜 일련의 유용한 기술들을 탈취하거나 혹은 PHR측을 인류 개척지 연합의 의도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것이지요.
 
분명히 이는 UCM(인류 개척지 연합) 내부의 극단적인 주전파 시민들의 입장에서 결코 용인 할 수 없는 선택일 것입니다...

 

3) 인류개척지연합 우주군의 함선 내로 클로킹하여 침투한, 신인류공화국 소속 특수요원의 암살 행위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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