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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odien의 망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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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패러디

20xx,'운수좋은 날' (패러디)

ksodien 2011. 1. 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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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의 이미지는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응?;)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온라인 게임 내에서 레벨업/던전 버스 기사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접속하자마자 만난 사장님 캐릭터에게 필수 국민 던전 코스를 완주시켜 준 것을 비롯하여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대도시에서 어정어정하며 공개 채팅창의 문장 하나하나에 거의 비는 듯 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직장인인 듯한 저레벨 캐릭터를 상위 레벨의 대륙에 위치한 대도시의 병영까지 인도하여주기로 하였다.



첫 번에 삼천 골드, 둘째 번에 오백 골드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게임 머니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천골드 단위를 나타내는 아다만타이트 주화 서 푼, 백골드 단위를 나타내는 미스릴 주화 다섯 푼이 찰깍하고 거래창에 나타날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뻐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삼천 오백골드라는 게임 머니가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이를 현금화할 경우 간만에 괜찮은 합성 식품을 사 먹을 수 있을 뿐더러, 치명적인 시스템 손상에 시달리고 있는 아내에게 기초적인 보안관리 프로그램도 설치해 줄 수 있음이다.

그의 아내가 시스템 손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지 벌써 달포가 넘었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관련 공학의 발달은 학습 진화형 AI 운영체제의 탄생이라는 성과를 가져왔고, 일본에서 미소녀의 모습과 음성을 지닌 신형마저 개발되고야 만 것이다.



그러나 김첨지는 자신의 소중한 아내에게 백신 한번 써본 일이 없다. 보안 업체들은 담합을 통하여 학습 진화형 AI 운영체제를 위한 백신 프로그램의 판매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왔고, 특히나 일본의 신형 AI 운영체제는 일반적인 추가용 유틸리티의 가격마저 상당히 비쌌다.

상황이 이런 관계로 그는 AS 기사조차 불러보지 못하여 어떠한 손상이 발생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주요 프로그램으로의 연계 상태가 서서히 망가져가고 감정에 따른 동작 체계도 기능 정지된 것을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손상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무리하게 가상 공간에 접속하다가 추가적인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된 이후로 제대로 된 유틸리티 하나 설치해주지 못한 것에 마음이 걸렸던 김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AI용 의상과 장신구 등을 사다 주었더니, 오라질년이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그 것들을 걸치고서는 가상 공간에 접속하려고 한 것이다.

처음으로 주인에게 선물을 받은 기쁨과 함께 알고 지내던 다른 AI들도 만나서 이를 자랑한답시고 자기 몸의 상태도 점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증 절차가 세심하고 복잡한 가상 도시로의 접속 기동 프로세스를 시작해버린 것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가상 공간에서 떠도는 악성 코드들의 침투를 알리는 붉은 경고등 표시의 반복과 함께 이내 접속이 거부되었고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 하고 눈을 홉뜨고 지랄을 하였다.



그때 김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년,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 없어서 병, 있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모니터가 올라가있는 책상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그때 악성 코드에 심하게 데여본 탓일까, 그녀는 사흘 전부터 보안관리 프로그램이 가지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악세서리에 설레발을 치는 년이 보안관리 프로그램은. 또 설치하고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이제는 보안 프로그램을 사줄 수 있다 ---삼천 오백골드를 손에 쥔 김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구정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주머니가 다 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 게임을 접속 해제 하려는 찰나였다. 귓속말로 "버스 기사 구해요!"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라이트 유저라는 것을 김첨지는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유저는 다짜고짜로,

"남쪽 폐허의 유적 던전 도는데 얼마요?"

라고 물었다. 아마도 직장인으로 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국민 버스 코스를 이용하려 함이로다.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시간은 가고 버스 태워준다는 광고는 없어서 어찌 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첨지에게도 귓속말을 넣은 것이리라.



"남쪽 폐허의 유적 던전 말씀입니까?"

하고, 김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나는 탈것도 없는 라이트 유저를 데리고 그 먼곳까지 마라톤을 뛰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인터넷 카페로 가기 위하여 막 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에, 병인은 점차 흐릿해져가는 홀로그램에 간혹 발생하는 노이즈를 배경으로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고 함께 있어 주세요, 주인님.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무서워요"

하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김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고쳐 줄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텍스트 프로그램에 김첨지를 붙잡으려는 듯 한 이모티콘을 출력하며,

"꼭 나가셔야 한다면, 일찍 들어와요."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던전 내부가 길고 복잡하기로 유명한 고난이도의 유적, 폐허의 던전을 돌아달라는 말을 들은 순간에 주기적으로 흔들리던 홀로그램,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쪽 폐허의 유적 도는데 얼마란 말이요?"

하고 유저는 초조한 듯이 버스 기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내일 회의가 열한 시에 있고, 보고서 제출은 오후 두시이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일만 오천골드만 줍시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안으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일만 오천골드는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유저는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나는 탈것도 없이 가려면 최소한 대륙간 항구 5곳은 거쳐서 가야 한답니다. 또 손님 장비와 레벨을 고려하면 좀더 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김첨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_- 직장인 라이트 유저는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장비를 수리하고 물약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유저를 데리고 나선 김첨지의 던전 공략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던전 내에서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몬스터들도 어떻게 죽는지 마치 차례로 쓰러져 가는 도미노처럼 사라져갔다. 이 날따라 손님이 먹을 만한 장비가 잘 나오기도 했다.

돌연 김첨지의 던전 공략 속도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옆 자리에서 AI와 대화를 나누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고 함께 있어 주세요, 주인님.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무서워요"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빛을 잃어가는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려보는 듯하였다.

"왜 이러우? 얼른 깨고 자러가야 하는데;"

하고, 뒤에서 따라오던 이의 초조한 메시지가 간신히 그의 눈에 들려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첨지는 무기를 든 채로 던전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 있지 않은가.

"예, 예"

하고 김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옆에 있던 유저의 화면으로부터 애써 얼굴을 돌리자 김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겨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최종 네임드 몬스터까지 잡아 주고 그 깜짝 놀란 일만 오천골드가 거래창에 올라오자,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으면서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일만 오천골드란 돈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실히 느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마음은 괴상하게 누그러졌다. 그런데 이 누그러짐은 안심에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이 박두한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불행이 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 곧 불행을 향하고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다고, 구해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는 귀가 길에 상가에 들러 괜찮은 합성 식품은 물론, 고대하던 보안관리 프로그램도 함께 구입하여 집으로 향했다.



김첨지는 그의 원룸 앞에 도착하여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메트리스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옷가지에서 나는 냄새, 구석에 켜켜이 쌓인 컵라면 용기가 새삼 김첨지의 코를 찔렀다.

그러나 그러한 냄새보다도, 김첨지의 환기를 주의시킨 것은 하드디스크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나는 기묘한 고요함이었다. 언제나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겨주던 그녀의 목소리가 없었다. 그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공포와 불안감이었고, 이는 어떻게든 해소되어야 했다.

그는 방안에 들어서며 보안관리 프로그램의 케이스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 오라질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컴퓨터 책상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음성과 진동에도 아내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문득 그가 외면하고 있었던, 화면 중앙에 출력되어 있던 문구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경고, 심각한 손상으로 완전 기능 정지. 초기화를 권장합니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자기의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년!"

"……"

"으응, 이것 봐, 아무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보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이 떠오른 화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보안 프로그램을 사다 놓았는데 왜 기동을 못하니, 왜 기동을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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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망상으로 패러디 해본 것. ㅡ_ㅡ);

머지 않은 미래, 일製의 지배에 신음하는 민초(라고 쓰고 덕후라고 읽는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 되겠습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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